'대중(민중)을 바보로 안다'는 것과 '소통을 거부한다'는 점이다. 내 글의 제목과 그 대답이 선정적인가? 적어도 신해철의 중지화법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렇다면 이같은 선정적 답이 나오게 된 이유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기만적 작태를 다룬 글들은 이미 차고 넘치니 굳이 더하진 않겠다.


난 마왕(신해철의 팬들이 그를 부르는 이름)의 열혈신도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아니 '한 사람이었다'. 이런 말을 꺼낸 이유는 나 또한 그만큼 그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의 해명을 믿고 싶은 한 사람이었음을 밝히기 위해서다. 그런 내가 "가리키는 달"은 마다하고 그의 손톱을 집요하게 물어뜯으며 "지랄(들)을 떨고 있"다. 그는 이번 입시학원 광고출연 논란 속에서 합리적 비판에까지도 귀를 닫고 대중들을 향한 기만과 조롱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을 다룬 내 다른 글(사교육 비판? 문제는 신해철 당신이다)에서도 언급했듯 지난 3월 1일, 신해철닷컴은 자유게시판에 올린 내 글을 게시하자마자 곧바로 삭제했다. 그의 해명은 물론 다른 글들조차 읽을 수 없도록 사실상 회원자격을 정지시켜 놓았다. 다음날 신해철의 중지화법을 선물로 받았다. 이번 논란을 두고 자신의 사이트에서 공방이 오가는 것 자체가 보기 싫었다면 자신(의 해명)을 지지하는 글들 또한 함께 삭제했어야 옳다. 그러나 아니었다. 신해철 개인의 미니홈피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신해철닷컴은 회원가입을 위해 내 개인정보들을 요구하는 엄연한 커뮤니티다. 자신의 팬들은 그를 '비판'조차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그야말로 아마추어스런 대응이다. 참으로 누구와 닮았다.


중지화법으로 화답한 신해철. 그에게 대중은 조롱과 기만의 대상인가?



신해철닷컴에 올린 그의 첫 글(에피타이저)에서 상당부분을 할애하며 "절라디언" 등 자신이 근거도 없이 비난 당한 사례들을 열거했다. 이어 비판론자들의 논리를 "뭔가 하고픈 말이 있어서 광고까지 나와서 떠드네 하는 것 보다는 저 새끼도 돈 앞에서 별 수 없이 말 바꾸네 하는 것이 더 씹을 거리도 많고 즐거운 것"이라 일축했다. 그는 그간 이런저런 구설수에 휘말리며 온갖 음해를 당해 왔다. 나도 함께 분노했던 이같은 음해들 속에서 그가 느껴왔던 피해의식을 은연 중에 드러낸 것이려니 생각한다. 그러나 이같이 극단적인 사례들을 나열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의 해명이 광고출연에 응한 그의 논리까지 정당화시켜 주진 못한다.

나도 여느 팬들과 같이 신해철이 하고 싶다는 그 "말"을 믿고 싶다. 그러나 그 "말"이 담긴 그릇(입시학원 광고)이 그 "말"이라는 걸 한없이 왜소하게, 완전히 무색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는 자신이 "사교육 절대 반대론"을 편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 물론 신해철 그의 말대로 "공교육의 총체적 난국"을 더더욱 "과격"하게 비판하긴 했다.

그러나 난 분명히 기억한다. 그는 우리 사회, 특히 입시교육의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시스템'을 실날하게 비판해 왔다. "난 사교육 절대 비판론자는 아니었다"는 그의 항변은 그의 칼날이 공교육, 사교육을 떠나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교육시스템'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었다는 점에서 입시학원 광고출연을 정당화하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진중권은 신해철의 해명에 대해 느슨한 옹호론(?)을 폈다. 그가 말을 바꿨다 비판하려면 그가 사교육 반대론을 편 사례를 일일이 찾아 이야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진중권의 궁색한 논리는 공교육 비판과 사교육 광고를 구분하는 것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고 믿는 신해철에게 면죄부를 줄 뿐, 그의 변명을 정당화시켜 주진 못한다. 넓은 의미에서 진보논객으로 일컫어지는 신해철과 진중권의 이같은 엉성한 논리에 당혹감을 느끼는 건 나 뿐만은 아닐 게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거리유세 중 지지 연설을 하고 있는 신해철

(화질은 그다지 좋지 않으나, 음질은 좋으니 발언내용을 잘 들어주시길...)



물론 그의 주장에 담긴 '사교육'의 개념이 비판론자들과는 다소 다른 것 같긴 하다. 그러나 그가 광고출연한 학원이 철저히 입시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만 복무하는 '입시학원'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자기모순이다. 그는 그가 가담하는 매체 모두(그 스스로도 좋아하진 않는다는 조선일보까지도...)가 그의 메시지를 실어나르는 도구(캐리어)라고 말했다. 물론 그저 추상적 메시지와 이미지만으로 구성된 광고라면 그나마 수긍이 가는 대목이 없진 않겠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철저히 상업적 의도를 명백히 드러낸 내용의 광고 출연은 단순한 매체에 메시지 싣기가 아니다. 정녕 이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단 말인가? 광고출연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구구절절 구차한 궤변이 뒤따라붙고, 결국 중지화법까지 동원하는 건 정말이지 신해철답지 못하다. 열혈신도들의 대실망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난 몇몇 비판론자들과는 달리 신해철이 알량한 돈 몇 푼에 이같은 광고출연에 동의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평소 연예인으로서의 권리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강조했던 그다. 이런 그를 잘 아는 팬들로서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지 않다고 느낀다. 그 스스로도 인정한 바 있듯 '24시간 운영학원'임을 몰랐다는 문제, 그의 마음에 들었다던 슬로건 이외의 온갖 상업적 내용이 가득 담긴 '지면광고' 문제 또한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 입시학원의 생리를 정녕 몰랐나?

신해철은 공인이 아니다.(연예인이 공인은 아니라는 그의 주장에 난 100% 동의한다.) 때문에 "범죄"가 아니라면 돈을 벌기 위한 그 어떤 행위에도 돌을 맞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그는 그의 신도(팬)들에게 일관되게 나름의 철학을 음악과 그 이외의 것들로 전하며 큰 사랑을 받아온 만큼 그의 철학과 행보가 서로 어긋나지 않음을 납득시켜줘야 한다.

납득시킬 수 없다면, 솔직해져야 한다. 본인의 논리가 부족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의 해명이 전혀 논리적이지 않으며, 그저 궁색한 변명이라 느껴질수록 돈벌이를 위해 스스로의 철학을 내던졌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올가미가 되고 만다. 납득도 되지 않고 솔직함조차 느껴지지 않는 변명과 대중을 향한 조롱이 계속된다면 '거침없이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져 온 뮤지션', 그 이미지를 팔아 온 장사치에 지나지 않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도대체 왜? "입시노동자"의 목소리가 아닌 입시학원의 스피커를 자임했는가?



"공교육이 우수한 학생은 감당 못하고. 떨어지는 학생은 배려 못하니. 가려운 부분은 사교육이라도 동원해서 긁어주고 공교육은 자취를 감춘 인성 교육과 사회화의 서비스를 강화하는게 현재의 차선책. 당신들과 소신이 다른게 범죄야?" 그의 말이다. 물론 범죄는 아니다. 그러나 범죄만 아니면 비판에서 자유로운가? 백번 양보해 해법의 다양성 차원에서 그의 "차선책"을 인정한다 치자. 앞선 그의 말처럼 교육문제, 특히 공교육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사회 구성원 각자가 다른 생각일 수도 있으니...

그러나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르짖던 '교실이데아' 속 교실이 고스란히 학원으로 옮겨졌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사교육의 무서운 번식력은 다시금 공교육의 황폐화에 불을 붙였다. 아니 공교육 무대는 사교육이 쥐어짜낸 눈부신 성과의 각축장으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걱정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끄덕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SKY 몇 명 보냈는지가 유일한 척도인 우리 입시교육의 현실은 공교육, (신해철이 꿈꾸는 사교육이 아닌 작금의) 사교육을 막론하고, "입시교육을 더욱 지옥으로 만드는 절대악"으로써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그들의 부모들까지 발뺄 수 없는 늪으로 내몰고 있지 않은가. 신해철 자신의 말처럼 "사교육=
입시교육을 더욱 지옥으로 만드는 절대악"임을 증명하기 전에는 자신을 비판할 수 없다는 논리는 이쯤 되면 궤변 가운데서도 '희대의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공교육과 사교육이 얽히고 섥혀 곪을대로 곪은 총체적 난맥상이다. 그의 말대로 공교육 부실과 사교육 대란이 따로 떨어져 있나? 학원 돈으로 교육감이 된 작자가 공교육을 살리겠다고 지랄 떠는, 개념상실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사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러한 현실을 전혀 몰랐다면 신해철 그대는 적어도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허접하기 짝이 없는 공교육'을 알리바이로 내세우는가? 그렇다면 신해철은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지면광고 속 자신의 양손에 담긴 알량한 수치가 대변하는 '기형적 사교육 시장', 그것이 신해철 그대가 생각하는 교육의 이상향, 아니 고작 그게 그대의 "차선책"인가? 왜 그대는 "입시노동자"로 전락한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의 거침없는 스피커에서 오히려 그들의 불안심리을 조장해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입시학원의 스피커를 자임하고 나섰는가?


Posted by 이음(異音)